한 젊은 남성이 알몸을 한 채 침대에서 머리를 박고 있다. 건너편 침대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야! 쟤 근력 좋다. 코어다. 코어 자세. 저XX 저거 좋아, 좋아, 좋아."
알몸의 남자가 "언제까지 더 해야 됩니까?"라고 묻자 남성은 "5초만 더 해라. 5초만"이라고 말한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2018년 5월 대구 선수단 숙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체의 남자는 피해자 A, "좋아"를 연신 외친 이는 선배 가해자 B다. A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거 중 하나로 가지고 있는 동영상이다.
지난 19일 MBC가 이 영상을 공개했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프로 구단에서 벌어진 일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성추행은 더 있었다. A는 "2018년 3월부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10월 폭행 사건이 있기 전에 성추행이 계속됐다. 거의 매일 찾아와 성추행을 했다. 일주일에 주말을 빼고 사나흘 정도 당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B는 수법을 바꿔가면서 괴롭혔다. 어떤 날은 옷을 벗고 머리를 박으라고 지시를 했고, 어떤 날은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을 만졌다. 어떤 날은 탈의를 시킨 뒤 성기를 때리기도 했다. (내) 룸메이트에게 콘센트로 나의 손발을 묶으라고 시킨 건 3번이었다.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기억했다.
목격자가 있다. "성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는 MBC를 통해 "B가 멀티탭 같은 걸로 A의 손발을 묶으라고 지시를 했다. '이건 아닌 거 같다'고 했는데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는 "(신체 일부를) 건드리면서 예쁘다, 크다, 이런 소리를 했다. 우리 방에서 (성추행)해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많이 괴롭혔다. 자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을 통해 영상이 공개됐고,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온 뒤에도 B는 여전히 성추행을 부인하고 있다. B는 본지에도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한 뒤 "성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는 B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폭행 사실은 이미 B도 인정했다. 그러나 성추행에 대한 진실은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A는 "목격자 모두 경찰 조사에 참석해 증언을 해줬다"고 밝혔다.